홧병이 유달리 한국 여성에게 많은 것도 언제나 남편의 그늘에 묻혀야 했던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닐까. 화가 날 경우 보통 ‘화가 치민다’고 표현한다. 마치 뚜껑을 덮은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끓일 때 압력이 팽창하다 물이 넘치는 것처럼 화도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들은 홧병을 우리의 고유한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파악한다. 서양이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감정의 절제’를 높이 사는 `억압문화’이다 보니 홧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울화를 적절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이 같은 홧병의 정체를 알고 나면 나름대로 홧병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
◆ 화병의 증상 진행과정
충격기-갈등기-체념기-증상기의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1) 충격기 이것은 화가 날 충격을 받은 급성기를 말한다. 이때는 아마 화라기보다 ‘격한 분노’로 표현함이 옳다. 상대에 대한 배신감, 증오심 등이 분노보다 격하게 일어나서 심지어는 살의까지도 품게 되는 극한의 감정상태로 된다. 이러한 분노를 처리하는 데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경우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여 때로는 파괴적으로도 되며, 나아가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 이런 는 가족이나 친지들도 동원하는 등 부산을 떨기도 한다. 둘째 경우는, 감정의 표현이 직선적이 못 되고, 억지로 병원에 실려와도 모든 걸 덮어 두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도 소극적이다.
2) 갈등기 급성 충격기를 지나 격한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그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들은 체면을 중시하고, 또 사회윤리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감히 이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괴로워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화가 해소된 것도 아니고, 화날 일이 해결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에 빠진다. 이러한 시기에 전형적인 불안증이 나타난다. 사실 이들은 화가 나도 이것을 다른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성격상의 융통성이 없다. 취미도, 사회활동도 별로 없어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또, 이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도 아주 단순해서 격한 분노도 하는 것만으로 버텨 나간다.
3) 체념기 이 시기가 되면 환자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차츰 자신의 불행을 그런 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된다. 즉, 운명이다, 팔자소관이다 등으로 자기의 불행을 초자연에 투사함으로써 화를 중화시키는 체념 상태로 된다. 그렇다고 상대를 용서하는 그러한 관용은 잘 볼 수 없고, 다만 체념을 통해 그와는 감정적 관계를 맺지 않는 상태로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감정의 억제도 강력히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억제와 체념의 기전이 잘 성립되면 마치 환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되며, 우울증에 빠진 사람 같아 보인다. 체념이란 심리기제는 격한 감정을 중화시켜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게 할 수 있는 유용한 방어기제이다.
4) 증상기 이 시기는 신체적인 증상을 주소로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억제와 체념으로만 쌓인 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자체가 스트레스로 되어 만성 스트레스 반응의 형태로서 신체적 증상이 생긴다. 또 다른 기전으로서는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땐 이를 신체로 투사하여, 라고 생각하는 정신기제에도 연유한다. 따라서 체념기에 들어오면서 우울증이 차츰 현저하다가도 신체화과정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우울증이 호전되는 경향은 흥미롭다. 즉 신체화는 환자로 하여금 더 심각한 우울증으로 빠지지 않게끔 하는 방어작용이 있다.
◆ 홧병 치료는 이렇게
불안-초조-강박감 :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미래지향적 태도와 가족의 이해와 사랑도 필요하다. 술, 담배, 커피는 절제하는 게 좋다. 정도가 지나쳐 우울증이나 일시적 홧병 등으로 증상이 발전했을 때는 정신과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면증 : 초저녁 무렵 적당한 운동으로 긴장을 푼다. 그러나 잠들기 직전 과격한 운동은 금물이다. 전날 밤 못 잤다고 잠자리에 일찍 들어선 안 되며,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항상 일정하게 해야 한다. 과식한 직후 잠자리에 들어서도 안 된다. 허기감을 느낀 상태도 좋지 않다. 자기 전 우유나 꿀물 등으로 공복감을 면하는 게 좋다. 잠이 안 올 때는 거실 등에 나와 다른 일을 하는 게 좋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계속 누워있으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
◆ 홧병 해소법
홧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 특히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슴에 응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정신과에서는 이를 `환기요법’이라고 한다. 즉, 속에 무엇인가 맺힐 때에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실컷 부르거나, 산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가족들의 격려라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가슴에 담아두고 저 혼자 따지려 들면 극단적으로는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홧병은 화가 원한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원한은 흔히 약자가 강자에게 억눌리면서 생겨난다. 아랫사람이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눌리다 보면 그것이 홧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자기주장을 하라.
분노 조절은 절대로 화내는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거나 혹은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분노 죽이기’와 구별된다.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불의에 둔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다.
자기주장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변화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격성’과는 전혀 다르다. 단 요구를 침착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별 홧병 환자의 증상
◆ 정신에 관한 증상 (1) 만사가 귀찮다. (2) 불안하다. (3) 신경이 예민하다. (4)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난다. (울화가 치민다) (5) 초조하다. (6) 정신집중의 곤란과 기억력의 감퇴 (7) 우울하다. (8)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이 멍하다. (9) 지나치게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쓴다. (10) 모든 일에 자신이 없다.
◆ 신체에 관한 증상 (소화기계) (1) 속이 메스껍다. (2) 속이 쓰리고 아프다. (3) 소화가 잘 안된다. (4) 입맛이 없다. (5) 변비가 있다. (6) 목에 뭐가 걸린 것 같다. (7)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찬다. (8) 입 안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난다. (9) 입 안이 텁텁하고 쓰다. (10) 대변이 묽다.
◆ 기타 (1) 항상 피로하다. (2) 기운이 없다. (3) 체중이 늘었다.
주소표현에 있어 신체증상에 관한 주소가 정신증상에 관한 주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신체계통별 분포는 호흡 및 심장혈관계, 두부 및 감각기계, 소화기계, 수면양상의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주소의 빈도에 있어서 , , , , 가 특히 높은 빈도를 나타냈으며, 그 다음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 항복은 , , , , , ,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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